세컨즈

문화예술 속 인물 톺아보기 - !

2025/8/5 vol. 20

• 크리에이티브 그룹, 돌고래유괴단🐬
• 광고계의 봉준호
• B급 유머는 취미, 클리셰 부수기는 특기 
• 돌고래유괴단 뮤비보고 광명 찾음

 '돌고래유괴단'은 2007년, 영화를 꿈꾸던 친구들 10명 정도가 모여 만든 영상 제작 크루로 시작됐어요. 자본도 업계 경험도 없던 20대 중반의 청년들이 '그냥 재미있는 걸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모여들었죠. 책상과 의자까지 주워 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만은 충분했다고 해요. '돌고래유괴단'이라는 이름은 술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지어진 별 뜻 없는 이름이지만, 그 이름에 자신들만의 색을 입히며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왔죠. (후에 영화를 제작해 돈을 벌면 수족관의 돌고래를 사서 바다에 풀어주자는 이상한 계획도 있었다고...) 그렇게 출발한 돌고래유괴단은 현재 전략팀, CG팀까지 갖춘 영상 제작사로 성장하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 감성을 갖춘 집단으로 자리매김했죠.

 하지만 지금처럼 성공한 돌고래유괴단의 모습 뒤에는 길고 험난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결성 후 초창기 8년은 사실상 빚만 점점 쌓이는 절망적인 시기였고, 멤버들은 수많은 회의감과 불안을 떠안고 버텨야 했다고 해요. 특별한 계획이나 비즈니스 전략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 근성과 '언젠가 영화를 만들겠다'는 희망이 원동력이었다고 해요. 그러던 중, 2016년 '안정환 선수와 함께한 캐논의 카메라 광고'가 주목받게 되며 비소로 돌고래유괴단의 이름을 알리게 되죠. 그렇게 어떠한 네트워크와 경험 없이 영상 업계 바깥에서 시작한 그들이 주변의 편견과 시선을 견디며 꿋꿋이 버텨온 시간은, 오늘날 돌고래유괴단의 뿌리와 자산이 되었어요.

 돌고래유괴단의 대표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인 신우석 감독! 그는 이제 광고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감독이 되었죠. 일명 'B급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들로 일찍이 주목받았고, 신우석만의 특유의 유머와 스타일로 기존 광고 문법을 비틀며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어요.

 그런데, 그의 첫 꿈은 소설가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던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를 본 뒤, 영화라는 매체에 매료되며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해요. 감각적인 연출과 여운 깊은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그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수많은 영화를 찾아보며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키워나갔죠. 그렇게 시작된 창작자의 길은 돌고래유괴단과 함께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는데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세운 돌고래유괴단에서 캐논 광고 기회를 얻으며 파격적이고 신선한 감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그렇게 광고로 큰 성과를 거둔 그는 영화와 OTT 시리즈를 준비하던 중 뮤직비디오 제안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해요.

 신우석 감독의 광고는 남들과는 다른 구석이 있어요. 캐논 EOS 750D 광고인 '최현석 셰프의 포토 킥!'에서는 주인공이 갑자기 죽는 장면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일반적인 광고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전개니까요. 신우석 감독은 '원래 뻔하거나 과장된 광고를 싫어해서 기존의 문법을 무너뜨리고 뒤집는 방식을 좋아하거든요.'라고 말하며 기존 TV 광고에서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처럼 신우석 감독은 기존의 공식이나 클리셰를 일부러 깨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흥미로운 건, 그렇게 파격적으로 시작한 방식이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이에요. 포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중이 친숙한 소재나 형식을 좋아하는 것도 맞지만, '대중은 새로운 것, 다른 것에 대한 갈증도 지니고 있다. 이를 믿고 과감하게 던져봐도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어쩌면 그의 정형화되고 규정화하지 않는 방식과 새로운 시도가 대중이 트렌디하다고 느끼는 것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신우석 감독은 창작자로서 남들과 같은 시선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해요. '한 명의 창작자로 내가 만드는 작품에 의미가 있으려면 응당 내 시선이 존재하고 표현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그는 기존과는 다른 시각에서 출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데요. 또한 그러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공감 그 너머를 자극하며 더 큰 흥미를 제공한다고 믿고요. 그렇기에 그의 광고나 뮤직비디오 모두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그에게 아이디어를 얻는 비결이나 특별히 하는 노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는 '없다.'라고 답하곤 하는데요. 그저 순간 영감이 탁 떠오르면 그때부터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시나리오를 완성한다고 해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방송에 출연해서는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에 관해 묻는 인터뷰에서 '어디서 얻는지는 모르겠고 언제 얻는지는 안다. 데드라인.'이라고 말했다는 스토리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어쩌면 창작자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요🤣

  신우석 감독은 광고와 뮤직비디오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외부에서 상업 영화 제안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해요. 오래 전부터 영화감독을 꿈꾸던 그였기에, 바로 영화계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그가 바라보는 상업 영화는 대부분 관객 입맛에 맞춰 기획된, 말 그대로 '상품'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물론 현실을 생각하면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그는 '하지만 영화를 하겠다고 10년 넘게 다른 길로 왔어요. 이제 와서 내 것 아닌 영화를 만드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라고 말하며 자신만의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어요. 지금까지 신우석 감독이 만든 광고나 뮤직비디오를 떠올려보면, 확실히 '신우석만의 방식'이 있었어요. 그렇기에 그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갈지, 정말 기대되지 않나요? 그가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던 영화'를 진짜로 보여줄 수 있을지! 그 도전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고 싶어요.

클리셰를 부수는 영화 같은 광고

 돌고래유괴단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면 '클리셰의 파괴자'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회사는 광고 업계의 모든 클리셰를 비틀어, 뻔하지 않는 광고를 만드는 곳으로 아주 유명하죠. 돌고래유괴단의 부대표 말에 따르면 그들의 독특한 방식의 광고를 보고, '고정관념을 깨는, 병맛, 뇌절'이라는 말을 실제로 많이 듣는다고 해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참신하고 독자적인 스타일이 돌고래유괴단의 정체성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넘기지 않고 굳이 찾아보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영화 같은 브랜드 필름을 제작하는 것도 이들의 특기이기도 한데요.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광고를 만들죠. 직접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만큼, 확실히 돌고래유괴단의 스타일은 독보적이죠.

돌고래유괴단, 서사의 시작

 돌고래유괴단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처음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작품은 최현석 셰프와 안정환 선수를 모델로 내세운 '캐논(Canon) 캠페인'인데요. 일반적으로 카메라 CF를 찍는다고 하면, 멋진 풍경의 사진을 보여주며 카메라의 성능을 나열하기 바쁜데요. 하지만 이 광고는 다릅니다. 바로 주인공이 죽는 광고라는 점인데요. 곰한테 잡아먹히거나 독버섯을 먹고 죽는 등 기존의 TV 광고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클리셰를 모두 뒤집은 광고예요. '모델도 신의 한 수였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광고를 기획하며 짠 시나리오에서부터 직접 결정한 모델이라고 하죠. 당시엔 다소 파격적인 기획안이었을 텐데, 이를 선택한 캐논이 확실히 보는 눈이 있었던 것도 맞겠죠? 그리고 이 광고로 돌고래유괴단은 '서울영상광고제 2016'에서 금상을 수상하기까지!

사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라 광고입니다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은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이 광고는 바로 모바일 게임 그랑사가의 '연극의 왕'인데요. 무려 유아인, 엄태구, 배성우, 신구, 이경영, 그리고 조여정까지 라인업의 수준이 장난 아니죠. 이 광고는 '연극의 왕'이라는 이름답게 어린이 연극제를 콘셉트로, 어린아이의 몸에 유명 배우나 셀럽의 얼굴을 합성해 웃음을 유발하는데요. 유명 배우가 각각 햄릿과 아더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맡으며, B급 광고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게 아주 일품인 광고죠. 일반적인 MMORPG 게임 광고 공식에서 탈피한 것도 모자라, 이 광고 캠페인의 분량은 무려 10분이 넘는데요. 하지만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한 만큼, 적절한 밈과 서사적인 내용 구성을 통해 또다시 성공을 이끌어내며 그들의 저력을 입증했죠.

세계관? 그건 우리가 잘하는 거지

 스노우 카메라의 '관종의 난'을 보면 처음에는 얼굴을 보정해주는 필터 기능을 광고하기보다 라면을 광고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광고 크리에이티브가 효과적인 작품인데요. 이 광고는 사극을 배경으로, 왕의 어진을 두고 신하의 설전으로 시작하는데요. 동인과 서인, 실학 그리고 심지어 개화파까지 나오는 등 고증은 저 멀리에 둔 B급 유머를 잘 녹인 작품 중 하나죠. 이렇게 돌고래유괴단의 작품은 영화 같은 형식으로 엉뚱한 상황을 재밌게 표현하는 걸 잘하는 팀인데요. 실제로 해당 광고를 담당한 이민섭 감독에 따르면, '연극영화과를 나온 영향이 크다'며 '광고 제안을 받으면 영화 만들 때처럼 가장 먼저 세계관을 짠다'고 해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돌고래유괴단은 다른 광고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스타일로 대중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거 같죠?

 광고계에서 활약하던 신우석 감독, 뉴진스 'Ditto'를 통해 첫 뮤직비디오를 찍게 됩니다. 'Ditto'는 아이돌을 상징하는 '뉴진스'와 팬을 상징하는 '반희수'의 관계를 담고 있어요. 뉴진스 멤버들은 학교 옥상에서, 체육관에서, 운동장에서, 교실에서 춤을 추며, 희수는 그들을 캠코더에 담습니다. 이상적인 친구로 보이는 이들의 관계는 뮤직비디오 후반부에 도달하며 무너지게 되는데요. 여섯이서 함께 하던 모든 장면에서 뉴진스만 사라지며 혼자 남게 된 희수로 막이 내립니다. 시간이 지나며 열렬히 좋아했던 아이돌을 떠나게 되는 팬을 뮤직비디오에 담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이후 반희수 유튜브 채널에 '늦어서 미안해'라는 문구와 희수가 만든 'OMG'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며 완벽한 기승전결을 보여줬어요. 'Ditto'의 노스텔지어적인 영상미 덕에 빈티지 캠코더 붐이 일어나기도!

상큼발랄 최예나의 컴백, 미니 4집 <Blooming Wings>

 데뷔곡 'SMILEY'부터 'SMARTPHONE', 'HATE XX', 가장 최근에 발매된 '네모네모'까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자 솔로 중 가장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가수인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역시 키치한 감성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이번 앨범이 정말 웰메이드라고 느낀 이유는 수록곡 5개 중 하나도 버릴 곡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모든 곡의 결이 비슷해 컨셉은 하나로 유지하면서도, 각 곡마다 포인트가 살아 있다고 느껴졌는데요. 청순만화라는 독특한 컨셉을 바탕으로, 현실과 만화 속 세계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뮤직비디오도 재미있으니 꼭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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